JBM 1기 제이딘 장현진 대표
[민은미의 K-주얼리 재발견]
두 세대를 이어온 ‘제이딘’ 장현진 대표
첼리스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디자인부터 리세팅까지 책임지는 경영 철학
"주얼리는 시간이 쌓이며 형태로 남는 예술"
제이딘 장현진 대표 겸 디자이너와 ‘도시의 밤’ 웨딩밴드 /제이딘
“이곳은 주얼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만드는 곳입니다.” 어머니 김연하 디자이너의 대를 이어 36년째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해 온 장현진 대표가 ‘제이딘’을 소개하며 꺼낸 첫마디였다. 제이딘의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서 장 대표를 마주했을 때 전해진 느낌은 맑음, 고움, 차분함이었다. 반짝이는 주얼리들 사이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잔잔한 아리아를 떠올리게 해 화려함과 묘하게 대비가 됐다. 과거 첼로를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러한 분위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음악이 ‘순간의 예술’이라면, 주얼리는 ‘시간이 쌓이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이딘은 건축에서 발견한 구조미와 한국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런 조형 언어는 이제 제이딘만의 정체성이 되었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선율 대신 자신의 노력과 미감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기고 싶어 주얼리를 선택했다는 장현진 대표. 그에게 반지는 “두 사람의 시간과 삶이 켜켜이 새겨지는 하나의 기록”이라고 했다. 장현진 대표를 지난 5월 27일 제이딘 익산 사옥에서 만났다.
장현진 대표가 완성된 반지를 확인하는 모습 /제이딘
—첼리스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음악은 시간 안에서 아름답게 흘러가 버리는 예술이더라고요. 첼로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1학년에 귀금속디자인과로 전과했습니다. 무대 위의 순간도 소중하지만, 저는 제 노력이 눈에 보이는 고유한 '형태'로 보이는 일을 원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오랜 시간 쌓이며 곁에 남는 것, 그런 매력 때문에 주얼리에 더 빠져들었어요.
특히 한 피스가 완성되었을 때, 그 안에 제 선택과 예술적 감수성이 온전히 들어가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 디자인은 언제나 '누군가의 사연과 이야기가 손에 남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1989년에 제이딘을 창립한 김연하 디자이너 /제이딘
—보석의 도시 익산에서 1989년부터 어머니가 시작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어머니와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은.
“닮은 점은 단 하나입니다. 주얼리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소모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철학이죠. 어머니는 36년 가까이 그 본질을 지켜오셨고 저도 그 안에서 자랐습니다.
반면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어머니는 고객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주얼리를 아는 ‘직감의 대가’이십니다. 저는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이 선이 왜 이 손에 어울리는지', '이 두께가 10년 후에도 편안할지', '훗날 이 디자인을 리세팅했을 때 어떤 모양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계산합니다. 그래서 제이딘의 디자인은 첫눈에 화려한 것보다, 오래 볼수록 잘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는, 은은한 깊이를 지향합니다.”
제이딘 익산 본사 외부 전경 /제이딘
제이딘 익산 본사 내부 전경 /제이딘
—예비부부들에게 초점을 맞췄을 때 그들이 제이딘 결혼반지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비싼 반지보다 ‘우리답다’라는 감각과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감과 착용감까지 꼼꼼히 비교하시죠. 백화점 명품 브랜드들이 기성품을 내밀고 "이런 반지가 있습니다"라고 제안할 때, 저희는 "두 분의 이야기와 손의 구조에는 이 방향이 맞겠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결국 고객들은 반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줄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36년간 익산에 기반을 둔 자체 공방 덕분입니다. 제이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한 사람이 제작, A/S, 리세팅까지 끝까지 책임진다는 점이에요. 기성 브랜드와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실제로 저희 매장을 찾는 분들은 단순히 예쁜가를 넘어 "나중에 메인 스톤을 바꿀 수 있는지", "구조를 수정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지속 가능성을 물어보십니다. 자체 공방이라는 제작 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되어 있기에 이 질문에 명쾌한 대안을 드릴 수 있습니다.”
‘진주 목걸이’ 김연하 作, 2020년 /제이딘
—‘제이딘’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나.
“주얼리(Jewelry)의 제이(J)와 리더를 뜻하는 딘(Dean)의 조합입니다. 제 이름 장현진의 이니셜인 제이(J)도 담겼고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묵직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게 의도입니다. 웨딩 주얼리 분야에서 디자인과 제작 모두를 직접 책임지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죠.”
—대를 이어 성업 중인데, 어머니 세대의 고객이 다시 오는 경우도 있나.
“기억에 남는 분 가운데 어머니가 성년이 된 기념으로 첫 반지를 맞춰줬던 고객이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 본인의 결혼반지를 만들러 오셨어요. 또 예물을 하셨던 부부가 이번엔 자녀 첫 목걸이를 하러 오신 경우도 있고요(웃음).
한 지역에서 오랜 신뢰가 쌓여서인지 이처럼 어머니의 고객이 자녀와 가족을 모시고 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광고나 SNS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데려오는 것, 그게 36년이라는 시간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자개’ 웨딩밴드(위)와 제이딘의 웨딩밴드(아래) /제이딘
—자개나 단청 같은 한국적인 요소를 주얼리에 접목한 점이 독창적인데,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도시의 밤'이 대표적입니다. 도시의 야경과 마천루의 빌딩 숲을 현대적인 형태로 담아낸 웨딩밴드입니다. 국제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금속 안에 흑자개와 백자개의 오묘한 빛을 담은 '자개 웨딩밴드'인데, 처음에는 생소해하시다가도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며 선택해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전통 문양 웨딩밴드' 라인이 있습니다. 단청이나 조각보의 구조는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넘어 비례와 반복이라는 완벽한 미학적 논리를 품고 있어 현대적인 웨딩 주얼리로 번역하기에 훌륭한 예술적 언어가 되어줍니다.”
—좋은 결혼반지란 어떤 것인지.
“처음 봤을 때 예쁜 반지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끼고 싶은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삶은 계속 바뀌잖아요. 손도 바뀌고, 취향도 바뀌고, 두 사람의 이야기도 쌓여갑니다.
그래서 좋은 결혼반지는 처음부터 완벽한 반지가 아니라, 그 변화를 함께 담을 수 있는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10주년에 보석을 더하거나 디자인 일부를 바꿔도 처음의 마음이 그 안에 남아 있는 것. 그게 가능하게 처음부터 설계된 반지가 진짜 좋은 반지라고 봅니다.”
제이딘의 주얼리 마스터가 작업 중인 모습 /제이딘
—현장에서 느끼는 보석의 도시, 익산만의 강점은.
“익산의 강점은 오래된 세공 기술과 제조 경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마감, 착용감, 구조적인 안정성 같은 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익산에는 그 부분을 이해하는 숙련된 세공인과 기술을 잇는 공방 문화 그리고 제작 환경이 남아 있다는 점이 큰 힘입니다.”
제이딘의 주얼리 마스터. 장현진 대표는 보석의 도시 익산(구, 이리)의 강점은 숙련된 세공 기술과 제조 경험이라고 말한다. /제이딘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나.
“지역에서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로 살아남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는 당연하고 금은방과도 비교되는 순간이 많고, 가격만으로 판단 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결국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름은 없어도 이 반지는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만든 것이라는 점, 리세팅도 수선도 여기서 된다는 것. 그 부분이 결국 고객이 다시 오게 만드는 이유가 됐습니다. 제이딘의 경쟁력을 제품에 구현하고 가치를 함께 만들어준 직원들 그리고 브랜드를 믿고 주변에 소개해 준 고객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함께여서였습니다.”
‘도시의 밤’ 장현진 作, 2023년 국제주얼리공모전에서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작품이다. /제이딘
—대학 강의와 함께 국가 R&D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현재 디지털 공간에서도 제이딘다운 맞춤형 고객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주얼리 디자인 UX 개발' 국가 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주문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고객이 상담 전에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죠. 리세팅과 주문 제작 영역을 더 체계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웨딩밴드를 넘어 하이엔드 및 아트 주얼리 라인도 강화해 서울 지점 오픈 및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 후대에 모범 사례로 '역사'로 남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마케팅이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제이딘의 디자인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누군가에게 연구되는 그런 단단한 브랜드를 꿈꿉니다.”
—나 장현진은 ‘OOO한 주얼리 디자이너’다. 빈칸을 채운다면.
“사람의 이야기를 형태로 남기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결혼반지가 물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그 반지가 탄생하기까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시간입니다. 서로 다른 취향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단 하나의 형태를 결정해 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가 반지 안에 새겨지는 고유한 기록입니다.”
‘G20정상회담 기념 독일을 위한 디자인’ 김연하 작, 2010년 /제이딘
여성경제신문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작가
그림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글에 빠졌다. 글을 쓰며 주얼리·보석의 세계에 더욱 매료되었고, 저서로 <영화가 사랑한 보석>, <그림 속 보석 이야기>를 펴냈다. 보석감정사(GIA GD, GIA AJP, GIA Graduate Pearls, AGK)로 현장과 이론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에 기명 칼럼을 기고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민은미의 보석상자]는 일상과 기억 속에 스며든 보석과 주얼리 이야기를 담는다.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보석 상자를 열 때 느끼는 설렘으로 젬스톤의 세계를 만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출처: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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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M 1기 제이딘 장현진 대표
[민은미의 K-주얼리 재발견]
두 세대를 이어온 ‘제이딘’ 장현진 대표
첼리스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디자인부터 리세팅까지 책임지는 경영 철학
"주얼리는 시간이 쌓이며 형태로 남는 예술"
제이딘 장현진 대표 겸 디자이너와 ‘도시의 밤’ 웨딩밴드 /제이딘
“이곳은 주얼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만드는 곳입니다.” 어머니 김연하 디자이너의 대를 이어 36년째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해 온 장현진 대표가 ‘제이딘’을 소개하며 꺼낸 첫마디였다. 제이딘의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서 장 대표를 마주했을 때 전해진 느낌은 맑음, 고움, 차분함이었다. 반짝이는 주얼리들 사이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잔잔한 아리아를 떠올리게 해 화려함과 묘하게 대비가 됐다. 과거 첼로를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러한 분위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음악이 ‘순간의 예술’이라면, 주얼리는 ‘시간이 쌓이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이딘은 건축에서 발견한 구조미와 한국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런 조형 언어는 이제 제이딘만의 정체성이 되었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선율 대신 자신의 노력과 미감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기고 싶어 주얼리를 선택했다는 장현진 대표. 그에게 반지는 “두 사람의 시간과 삶이 켜켜이 새겨지는 하나의 기록”이라고 했다. 장현진 대표를 지난 5월 27일 제이딘 익산 사옥에서 만났다.
장현진 대표가 완성된 반지를 확인하는 모습 /제이딘
—첼리스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음악은 시간 안에서 아름답게 흘러가 버리는 예술이더라고요. 첼로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1학년에 귀금속디자인과로 전과했습니다. 무대 위의 순간도 소중하지만, 저는 제 노력이 눈에 보이는 고유한 '형태'로 보이는 일을 원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 오랜 시간 쌓이며 곁에 남는 것, 그런 매력 때문에 주얼리에 더 빠져들었어요.
특히 한 피스가 완성되었을 때, 그 안에 제 선택과 예술적 감수성이 온전히 들어가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 디자인은 언제나 '누군가의 사연과 이야기가 손에 남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1989년에 제이딘을 창립한 김연하 디자이너 /제이딘
—보석의 도시 익산에서 1989년부터 어머니가 시작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어머니와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은.
“닮은 점은 단 하나입니다. 주얼리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소모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철학이죠. 어머니는 36년 가까이 그 본질을 지켜오셨고 저도 그 안에서 자랐습니다.
반면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어머니는 고객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주얼리를 아는 ‘직감의 대가’이십니다. 저는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이 선이 왜 이 손에 어울리는지', '이 두께가 10년 후에도 편안할지', '훗날 이 디자인을 리세팅했을 때 어떤 모양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계산합니다. 그래서 제이딘의 디자인은 첫눈에 화려한 것보다, 오래 볼수록 잘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는, 은은한 깊이를 지향합니다.”
제이딘 익산 본사 외부 전경 /제이딘
제이딘 익산 본사 내부 전경 /제이딘
—예비부부들에게 초점을 맞췄을 때 그들이 제이딘 결혼반지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비싼 반지보다 ‘우리답다’라는 감각과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마감과 착용감까지 꼼꼼히 비교하시죠. 백화점 명품 브랜드들이 기성품을 내밀고 "이런 반지가 있습니다"라고 제안할 때, 저희는 "두 분의 이야기와 손의 구조에는 이 방향이 맞겠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결국 고객들은 반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줄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36년간 익산에 기반을 둔 자체 공방 덕분입니다. 제이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한 사람이 제작, A/S, 리세팅까지 끝까지 책임진다는 점이에요. 기성 브랜드와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실제로 저희 매장을 찾는 분들은 단순히 예쁜가를 넘어 "나중에 메인 스톤을 바꿀 수 있는지", "구조를 수정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지속 가능성을 물어보십니다. 자체 공방이라는 제작 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되어 있기에 이 질문에 명쾌한 대안을 드릴 수 있습니다.”
‘진주 목걸이’ 김연하 作, 2020년 /제이딘
—‘제이딘’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나.
“주얼리(Jewelry)의 제이(J)와 리더를 뜻하는 딘(Dean)의 조합입니다. 제 이름 장현진의 이니셜인 제이(J)도 담겼고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묵직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게 의도입니다. 웨딩 주얼리 분야에서 디자인과 제작 모두를 직접 책임지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죠.”
—대를 이어 성업 중인데, 어머니 세대의 고객이 다시 오는 경우도 있나.
“기억에 남는 분 가운데 어머니가 성년이 된 기념으로 첫 반지를 맞춰줬던 고객이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 본인의 결혼반지를 만들러 오셨어요. 또 예물을 하셨던 부부가 이번엔 자녀 첫 목걸이를 하러 오신 경우도 있고요(웃음).
한 지역에서 오랜 신뢰가 쌓여서인지 이처럼 어머니의 고객이 자녀와 가족을 모시고 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걸 느낍니다. 광고나 SNS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데려오는 것, 그게 36년이라는 시간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자개’ 웨딩밴드(위)와 제이딘의 웨딩밴드(아래) /제이딘
—자개나 단청 같은 한국적인 요소를 주얼리에 접목한 점이 독창적인데,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도시의 밤'이 대표적입니다. 도시의 야경과 마천루의 빌딩 숲을 현대적인 형태로 담아낸 웨딩밴드입니다. 국제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금속 안에 흑자개와 백자개의 오묘한 빛을 담은 '자개 웨딩밴드'인데, 처음에는 생소해하시다가도 오래 볼수록 아름답다며 선택해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전통 문양 웨딩밴드' 라인이 있습니다. 단청이나 조각보의 구조는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넘어 비례와 반복이라는 완벽한 미학적 논리를 품고 있어 현대적인 웨딩 주얼리로 번역하기에 훌륭한 예술적 언어가 되어줍니다.”
—좋은 결혼반지란 어떤 것인지.
“처음 봤을 때 예쁜 반지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끼고 싶은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삶은 계속 바뀌잖아요. 손도 바뀌고, 취향도 바뀌고, 두 사람의 이야기도 쌓여갑니다.
그래서 좋은 결혼반지는 처음부터 완벽한 반지가 아니라, 그 변화를 함께 담을 수 있는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10주년에 보석을 더하거나 디자인 일부를 바꿔도 처음의 마음이 그 안에 남아 있는 것. 그게 가능하게 처음부터 설계된 반지가 진짜 좋은 반지라고 봅니다.”
제이딘의 주얼리 마스터가 작업 중인 모습 /제이딘
—현장에서 느끼는 보석의 도시, 익산만의 강점은.
“익산의 강점은 오래된 세공 기술과 제조 경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마감, 착용감, 구조적인 안정성 같은 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익산에는 그 부분을 이해하는 숙련된 세공인과 기술을 잇는 공방 문화 그리고 제작 환경이 남아 있다는 점이 큰 힘입니다.”
제이딘의 주얼리 마스터. 장현진 대표는 보석의 도시 익산(구, 이리)의 강점은 숙련된 세공 기술과 제조 경험이라고 말한다. /제이딘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나.
“지역에서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로 살아남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는 당연하고 금은방과도 비교되는 순간이 많고, 가격만으로 판단 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결국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름은 없어도 이 반지는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하고 만든 것이라는 점, 리세팅도 수선도 여기서 된다는 것. 그 부분이 결국 고객이 다시 오게 만드는 이유가 됐습니다. 제이딘의 경쟁력을 제품에 구현하고 가치를 함께 만들어준 직원들 그리고 브랜드를 믿고 주변에 소개해 준 고객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함께여서였습니다.”
‘도시의 밤’ 장현진 作, 2023년 국제주얼리공모전에서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작품이다. /제이딘
—대학 강의와 함께 국가 R&D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현재 디지털 공간에서도 제이딘다운 맞춤형 고객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 주얼리 디자인 UX 개발' 국가 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주문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고객이 상담 전에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죠. 리세팅과 주문 제작 영역을 더 체계화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웨딩밴드를 넘어 하이엔드 및 아트 주얼리 라인도 강화해 서울 지점 오픈 및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 후대에 모범 사례로 '역사'로 남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마케팅이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제이딘의 디자인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누군가에게 연구되는 그런 단단한 브랜드를 꿈꿉니다.”
—나 장현진은 ‘OOO한 주얼리 디자이너’다. 빈칸을 채운다면.
“사람의 이야기를 형태로 남기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결혼반지가 물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그 반지가 탄생하기까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시간입니다. 서로 다른 취향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단 하나의 형태를 결정해 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가 반지 안에 새겨지는 고유한 기록입니다.”
‘G20정상회담 기념 독일을 위한 디자인’ 김연하 작, 2010년 /제이딘
여성경제신문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작가
그림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글에 빠졌다. 글을 쓰며 주얼리·보석의 세계에 더욱 매료되었고, 저서로 <영화가 사랑한 보석>, <그림 속 보석 이야기>를 펴냈다. 보석감정사(GIA GD, GIA AJP, GIA Graduate Pearls, AGK)로 현장과 이론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에 기명 칼럼을 기고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민은미의 보석상자]는 일상과 기억 속에 스며든 보석과 주얼리 이야기를 담는다.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보석 상자를 열 때 느끼는 설렘으로 젬스톤의 세계를 만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출처: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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